2016년 회고록

벌써 2016년 한해를 호주에서 보냈다. 2015년 12월 31일, 작년 그때를 생각해보면 한마디씩 친구들 앞에서 말 한마디도 영어로 말을 못했었는데 지금은 친구들이 나에게 예전보다 영어를 더 편하게 듣고 말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올해는 어떤 한 해를 보냈었는지 많은 생각이 든다. 현재는 호주인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기대했던 것보단 부족한 게 많았지만,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더 나은 2017년을 위해 회고록을 작성해본다.

워킹홀리데이

2016년 9월에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만료되었는데 되돌아보면 많은 도전이 있었고 1년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느꼈고 배웠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개발회사나 개발에 관련된 업무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3개월 정도를 개발회사에 지원과 인터뷰로 시간을 지냈다. 나머지는 계속해서 영어만 공부했는데 그때 조금 더 기준과 기대를 낮췄더라면 어땠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그동안에 경험이 있었기에 연단되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다른 문화 속에 그들처럼 혹은 그들과 함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부로 느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가 생활고가 어려워져서 시작했던 일은 데모도 부터 매장청소, 카페주방 그리고 중간에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과 게임을 만드는 일을 했었다. 데모도는 노동 쪽으로 소질이 있지 않으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거의 10년 동안 군대 전역 이후로 이런 일을 안 했는데 첫날 일을 하고 힘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기간 동안 일을 하고 그만두었지만 내가 하고 싶지 않던 하고 싶던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 알게 되었다. 의류매장에서 청소를 할 때도 카페에서 일할 때도 외국에서 살아가려면 어떤 것들을 할 줄 알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고 일하는 동안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IT쪽으로 일을 했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나에게 여러 정보도 주고, 사람들을 소개해주기도 하면서 웹사이트나 게임같은 돈을 받고 해보지 못했던 일도 해보았다.

그리고 외국에선 봉사활동도 좋은 경험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교회를 통해서 주말마다 홈리스들을 위해 모바일 샤워버스를 제공하고 음식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하는 일도 꽤 오랫동안 하게되었다. 홈리스들을 대하는것이 처음엔 어려웠지만 하면서 익숙해지고 꾸준하게 열심히 일한 모습에 교회에서 레퍼런스도 받을 수 있었다.

워킹홀리데이를 통해서 호주에 적응을 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서양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고 다른 어떤 나라에 가도 잘 지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내가 영어를 원래 잘하고 적응력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도전을 하면서 기회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생활하며 지금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게 많은 시간이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회사

워킹홀리데이의 마지막 즈음에 연락이 온 회사, 사실 인터뷰는 굉장히 예전에 봤었는데 잊고 있을 때 즈음 연락이 다시 왔다. 아직도 우리 아이템에 관심이 있냐고, 다시 인터뷰를 보는 줄 알았는데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굉장히 자세히 기술한 문서를 보여주었다. 내가 그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도 이후에 몇 번의 확인을 하는 미팅을 했었다.

영어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했고 실력을 조금 의심하는 눈치였지만 1달 정도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윤곽을 잡아서 보여주니 다행히 만족하는 것 같다. 큰 회사는 아니지만, 호주인과 같이 일하고 있고 일하면서 느끼는 건 한국과는 확실히 대우가 다르다. 일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내가 일정을 무리하게 잡으면 건강을 먼저 챙기라는 말부터 해주고, 야근하려고 하면 좀 쉬고 하라면서 집에 보내준다. 아직 4개월밖에 일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일하는 게 기대된다.

프로그래밍 스터디

꾸준히 한국에서 리모트로 스터디를 진행했었고 스터디 결과물도 나왔었다. 스위프트 스터디를 초창기 1.0이 발표되었을 때부터 3 까지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젠 다른 언어보다 스위프트가 더 익숙한듯하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오픈소스에 기여해보려고 노력했었다. 데일리코딩까진 아니지만 뭔가 배운 것을 매일 Github에 커밋하는 것도 해봤지만 내 체질은 아닌듯하다. 1달 정도 하고 중단되었다. 짧은 코드를 풀 리퀘스트 하는 시도는 몇 번 해봤었다. 영어가 조금씩 늘어가니까 영어로 작성하는 것도 조금씩 편해지고 더욱 도전하기 어렵지 않았었다.

내년엔 조금 더 오픈소스에 이바지를 해보려 한다. 커밋메세지나 이슈등록들도 읽어보고 어떤 식으로 단어를 사용하는지 문법들 같은 것을 인식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프로그래밍에 관련해서 뿐만 아니라 영어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영어

호주생활에서 영어는 필수이다. 영어를 안 하게 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으므로 조금씩 늘 수밖에 없다. 물론, 노력은 해야 한다. 계속 사람들을 만나거나 밖에서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데 나는 야외활동을 잘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일부러 많이 친구들을 만났다. 같은 집에 살던 영국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하고 영어도 물어보고 그들의 표현을 따라 하기도 하면서 연습을 했었다. 제일 어려웠던 건 일상대화인데 익숙하지 않은 분야나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일상대화를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여기는 축구(푸티), 크로켓, 테니스, F1, 이런 경기들이 굉장히 인기가 높은데 한국에서 이런 것은 비인기 종목이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부러 경기에 가서 보기도 하고 위키를 찾아보며 룰을 공부했었다.

나중에 학원도 다닌 적이 있는데 어느 정도 영어가 좀 익숙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학원을 가니까 또 한 번 느는 느낌이 들고. 이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이젠 좀 더 장문의 영어 글을 많이 읽는 습관들을 길러야겠다. 책도 읽고 뉴스도 많이 읽는 습관이 영어 실력에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기대되는 2017년

2016년은 부족한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호주생활에 이제 겨우 한 걸음 나아갔다고 생각된다. 아직 계약직이긴 하지만 회사도 다니고 있고 시티에 살던 집도 조금 외곽으로 옮겨갔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목표를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내년은 운동도 조금 더 관심을 두고 건강과 생활에 좀더 신경쓰기를 목표로 하고싶다. 디자인패턴 공부와 사진찍기도 그리고 글쓰기를 꾸준히 해갈 계획이다.

항상 주변에서 신경 써주시며 견딜 수 있게 조언과 힘을 주신 분들이 있어 올해를 잘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기대되는 2017년을 준비하며 2016년을 마친다.